나란은 문 앞에서 오래 숨을 고른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솔과 도경의 얼굴이 눈물에 젖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여기 남을래.” 솔이 숨을 삼키며 울먹였다. “정말…? 언니 진짜 남는 거예요?” 나란은 그녀의 두 볼을 살며시 감싸며 말했다. “응. 널 두고… 선생님을 두고… 난 혼자 갈 수 없어.” 도경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나란 아씨.” “저 문 안에는… 내가 그리워하던 모든 게 있어. 하지만… 지금 나는 여기서 더 많은 걸 얻었어.” 시간의 문이 마치 마지막 힘을 모으듯 강렬하게 흔들렸다. 빛이 팍— 하고 터지며 주변이 모두 푸른 파편 속에 잠겼다. “언니!! 위험해!” 솔이 손을 뻗었고, 도경도 나란을 끌어안듯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문은 서서히 닫히며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라져 갔다. 치지직… 으르릉. 땅이 고요해지고 바람이 멈췄다. 나란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돌아갈 기회는 사라졌지만, 후회는 없어.” 도경은 나직이 말했다. “그대의 선택… 존중하오. 그리고… 감사하오.” “선생님…” 그들의 눈빛은 잠시 얽히며 잔잔한 떨림을 나눴다. 며칠이 흐른 뒤— 한성의 공기는 조금씩 안정되고 있었다. 나란은 솔과 함께 향초를 태우며 감염 지역을 돌았고, 그녀가 알려준 기본적인 방역 지식 덕분에 더는 크게 병이 번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기적의 여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나란의 마음은 복잡했다. “언니, 요즘 다들 언니 칭찬이 대단해요.” 솔이 바구니를 들고 나란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여기저기서 언니 찾느라 난리라니까요?” “그래도… 나 때문에 역사 더 바뀌는 거 아닐까 걱정돼.” “뭐 어때요? 좋은 쪽으로 바뀌는 건데.” “하지만… 그게 ‘올바른 미래’인지 누가 알아?” 그때 도경이 뒤에서 걸어왔다. “나란 아씨, 마침 찾고 있었소.” “도경 선생님. 무슨 일인가요?” “이걸 보시오.” 그는 조심스럽게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나란의 눈이 커졌다. “…이거…?” 작은 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