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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소개글  (한국어) 

제목: 시간의 유목민: 한성에 떨어진 소녀

작성자 이름: 보롤마

이 웹소설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 몽골인 여성의 갑작스러운 운명을 그린 이야기이다.

나란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대학생이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빛과 풀리지 않는 기이한 표식으로 인해 그녀는 뜻하지 않게 시간을 넘어 조선 시대의 한성으로 떨어지게 된다.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풍습 속에서 나란은 두려움과 혼란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녀는 현대의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을 괴롭히던 질병과 공포에 맞서기 시작한다. 사소해 보였던 그녀의 선택들은 점차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역사가 변하고 있음을 그녀 스스로도 깨닫게 된다.

돌아갈 방법을 찾을수록, 머물러야 할 이유는 점점 늘어난다.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남아서 모든 것을 바꿀 것인가?

이 이야기는

시간,

선택,

책임,

그리고 사랑과 두려움

그 경계에서 펼쳐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Зохиолын танилцуулга (Монгол хэл)

Зохиолын нэр: Цаг хугацаанд 

Нэр: Болормаа

Энэхүү вэб новел нь орчин үеийн нэгэн монгол бүсгүйн гэнэтийн хувь заяаг өгүүлнэ.

Наран бол энгийн амьдралтай, их сургуулийн оюутан. Нэгэн өдөр танихгүй гэрэл, үл тайлагдах хачин тэмдгийн улмаас тэрээр санамсаргүйгээр цаг хугацааг гатлан, Чосоны үеийн Хансон хотод очно. Танихгүй хэл, танихгүй хүмүүс, танихгүй ёс заншлын дунд Наран айдас, эргэлзээ дунд үлдэнэ.

Гэвч тэрээр орчин үеийн мэдлэгээ ашиглан тухайн цаг үеийн хүмүүсийг зовоож байсан өвчин, айдастай нүүр тулж эхэлнэ. Түүний хийсэн жижиг мэт сонголтууд бусдын амьдралд нөлөөлж, түүх өөрчлөгдөж байгааг тэр өөрөө ч анзаарах болно.


Буцах арга хайх тусам, үлдэх шалтгаан нэмэгдэнэ.

Буцах уу, эсвэл үлдэж бүхнийг өөрчлөх үү? 

Энэ бол:

• цаг хугацаа

• сонголт

• хариуцлага

• хайр ба айдас

Эдгээр зааг дээр бичигдэх нэгэн бүсгүйн түүх юм.


Story Introduction 

Title: Time Nomad: Girl Lost in Hanyang

Name: Bolormaa

This web novel tells the story of the unexpected fate of a modern Mongolian woman.

Naran is an ordinary university student living a normal life. One day, due to an unfamiliar light and an unexplainable mark, she is suddenly transported across time to Hanyang during the Joseon Dynasty. Surrounded by unfamiliar language, people, and customs, Naran is left in fear and confusion.


However, using her modern knowledge, she begins to confront the diseases and fears that plagued the people of that era. What seem like small choices gradually begin to affect the lives of others, and Naran soon realizes that history itself is starting to change.

The more she searches for a way back, the more reasons she finds to stay.

Should she return, or remain and change everything?

This is a story of

time,

choice,

responsibility,

and the line between love and 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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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한성에서 시작된 새로운 삶〉

   한성의 아침은 그 어느 날보다도 소란스러웠다. 닭이 울고, 장터의 상인들이 목을 가다듬으며 물건을 내놓고 있었다. 나란은 솔이 내준 옷을 정리하며 거울 대신 물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 오늘도 버텨야지.” “언니!” 솔이 활짝 웃으며 들어왔다. “빨리 와요. 도경 선생님이 언니 잠깐 보자고 했어요.” “뭐? 왜?” “몰라요. 그냥 시장에서 보이면 불러오라더라구요.” “설마… 어제 이상하게 본 거 때문에…?” “에이 설마요. 그 사람 엄청 착해 보여요.” 그러나 나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솔아… 나 아직 여기 말투도 서툴고, 글자도 모르고… 자꾸 실수하면 어떡해?” “그러니까 배우면 되죠!” 솔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언니, 한자 좀 배워볼래요? 제가 아는 건 조금이지만 가르쳐줄 수 있어요.” “정말?” “그 대신 언니, 저한테도 이상한 말 가르쳐줘요! 어제 그 ‘리얼’ 같은 거!” “…그건 안 돼.” 둘은 키득거리며 시장으로 향했다. 그때 도경이 차분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나란 아씨,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소?” “아… 예.” 나란은 긴장하며 그를 따라갔다. 도경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향해 천천히 물었다. “아씨는… 이곳의 사람이 아니지요?” “네???” 나란은 얼굴이 굳어졌다. “아씨의 말투, 걸음걸이, 손동작… 그 어느 것도 이곳 여인이 가진 모습이 아니오.” “저… 저는…” 나란은 황급히 변명을 찾았다. 하지만 도경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겁먹지 마시오. 해치려는 게 아니오. 오히려… 도와주고 싶소.” “진짜…요?” 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나란은 아직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 대신 고개만 천천히 끄덕였다. “제가… 좀 많이 다르죠.” “그렇소. 하지만 이상한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지 않소?” 나란은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풀리는 걸 느꼈다. “고맙습니다… 도경 선생님.” “나란 아씨,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묻소. 배움은 나누면 커지는 법이오.” 그들은 잠시...

10화 — 〈새로운 역사의 씨앗〉

하늘은 옅은 구름에 덮여 있었고, 한성의 공기는 이른 아침의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나란의 마음속에는 결연한 열기가 차올라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선택한 시대를 지킨다.’ 전자기기가 남긴 마지막 경고 — 잔여문 미확인. 그 말은 이제 그녀의 책임이었고, 사명처럼 가슴에 박혀 있었다. 도경이 마루 아래서 올라오며 말했다. “나란 아씨, 오늘도 관아에서 그대를 찾을 것이오. 어제 당신이 보여준 방역법 덕분에 사대부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소.” “괜찮아요. 이젠 숨지 않을래요.” “하하… 강해졌군.” 그의 웃음은 여느 때보다 부드러웠다. 솔은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언니, 아침 먹고 가요! 힘내야지!” “고마워 솔아. 금방 갈게.” 평범한 아침 같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될 일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1. 작은 학교의 시작 며칠 뒤, 나란은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을 모아놓고 작은 마당에서 말했다. “오늘부터 이곳에서 물 사용, 손 씻기, 간단한 약재 사용법을 가르칠 거예요.” “그런 것들을… 왜 배워야 하오?” “여러분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요.” 사람들은 처음엔 의심스러워했지만, 나란은 천천히 물을 끓여 보여주고, 깨끗한 천을 삶아 표본처럼 건조시켜 보였다. 아이들이 속삭였다. “나란 언니는 진짜 신기한 걸 많이 알아…” “귀신이 아니라 진짜 배운 사람이래.” 솔은 자랑스럽게 두 팔을 허리에 얹었다. “그럼! 우리 언니 얼마나 똑똑한데!” 그러자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 말했다. “저 아씨 말대로 했더니 우리 둘째 열이 내렸소.” 그 말로 분위기는 바뀌었다. 수업이 끝난 뒤 도경이 조용히 물었다.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지식을 나눠도 괜찮겠소?” “네. 언젠가 역사는 자연스럽게 흐를 거예요. 나는 그저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뿐이에요.” “과연… 그대답소.” 도경은 나란의 머리카락 끝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은… 조금 두렵소.” “두렵다구요?” “그대가… 다시 문을 마주치게 될까 봐.” 나란...

1화 — 〈이방의 시간 아래〉

차가운 흙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나란은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깊은 새벽, 희뿌연 안개 사이로 낯선 기와지붕들이 겹겹이 보였다. “여… 여긴 뭐야…?” 숨이 가빠지고 머리속은 하얗게 비어갔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학교 도서관에 앉아 리포트를 쓰고 있었는데, 눈을 뜨니 기묘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오가는 시장 어귀였다. “아가씨?”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나란은 흠칫 몸을 웅크렸다. 남자는 푸른색 도포에 갓을 쓰고 있었다. “이 새벽에 어찌 길바닥에서… 혹 상민도 아닌 듯하고, 복색도 기이하오.” “저… 그게…” 나란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저 타임슬립한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가슴이 터질 듯 뛰었다. 남자는 가까이 다가오며 눈썹을 좁혔다. “어디서 온 사람인지 말해보시오.” “저… 저는—” “언니!” 고음의 발랄한 목소리가 골목을 가르며 튀어 들어왔다. 짧은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소녀가 나란의 팔을 잡고 확 잡아끌었다. “언니 여기 있었네! 아까부터 찾고 있었다니까요!” 남자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는 사람인가?” “네~ 우리 집에서 심부름시키는 언니예요. 죄송해요, 제가 데려갈게요!” 소녀는 묻지도 말라는 듯 나란을 강제로 끌고 골목 안쪽으로 달렸다. 나란은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저기… 누구세요? 왜… 왜 도와주는 거예요?” 소녀는 뒤돌아보며 씩 웃었다. “일단 살고 보자는 거죠. 언니 꼴 보면 아무래도 위험해 보여서.” “위험…?” “네! 말투도 이상하고, 옷도 이상하고… 솔직히 조선 사람이 아닌 거 다 티 나요.” “…뭐라고?” 골목 끝 작은 집 안으로 들어오자 소녀는 문을 닫고 속삭였다. “저는 ‘솔’이라고 해요. 언니는요?” “나… 나는 나란.” “나란 언니. 그럼 진짜 말해봐요. 어디서 왔어요?” “…말해도 안 믿을 거야.” “저 좀 별난 애예요. 왠만한 건 다 믿어요.” 나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난… 다른 시대에서 왔어.” 솔의 눈이 동그래졌다. “…와. 진짜 특이하다. 근데 언니, 지금 장난칠 상황 아니...

5화 — 〈그림자의 집결〉

  며칠 동안 한성은 이상한 소문으로 들끓었다. “젊은 여인이 새로운 농사법을 알려 풍년이 든다더라.” “손에서 빛이 나는 기묘한 물건을 가졌대.” 소문은 점점 크게 퍼졌고, 나란은 집 밖으로 나가기도 조심스러워졌다. “솔아… 나 때문이야? 왜 이렇게까지 커진 거야.” 솔은 나란의 손을 꼭 잡았다. “언니가 빛내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그래요. 소문은 원래 커져요.” “그래도… 무서워.” “그러면 오늘은 한적한 곳으로 가요. 궁궐 뒷정원 쪽, 제가 아는 비밀길 있어요.” 솔은 나란을 데리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궁 주변 숲길로 향했다. 그곳은 나무가 빽빽하고, 작은 연못과 돌다리까지 어우러져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우와… 여긴 진짜 예쁘다.” “그쵸? 어릴 때부터 제가 제일 좋아하던 곳이에요.” 그러나 평온함도 잠시였다. 나란이 돌무더기 옆을 스치려는 순간, 그녀의 품에서 나무 조각이 스스로 움직이듯 툭 떨어졌다. 바로 그때— 파앗. 푸른빛이 강하게 번져 숲 속 어둠을 환하게 밝혔다. “언니!!” 솔이 놀라며 조각을 주워 들었다. “또… 또 빛나요! 왜 또 이래요?” “모르겠어… 하지만 이건 분명 뭔가를 알려주는 거야.” 나란은 조각을 든 채 숲 속 느슨한 돌담을 살폈다. 그러자 돌 하나가 이상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솔아, 저기 봐! 이 문양…” 솔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어? 이거… 언니 손목에 있던 그 모양이잖아요!” “맞아. 그리고 나무 조각에도 있는 문양…” 나란이 손으로 돌을 만지자 갑자기 공기가 울리듯 웅 하는 소리가 퍼졌다. 돌 벽 사이로 아주 작은 틈이 생기며 안쪽에 감춰진 고대 문양이 드러났다. 큼지막한 원형에 복잡한 선이 얽혀 있었는데, 나란이 손목을 가까이 가져가자 문양 전체가 파랗게 반응했다. “언니… 이거 완전 이상한 거 맞죠?” “응. 근데… 왠지 기분이 이상하게 익숙해.” “설마 이게 언니가 온 ‘문’ 같은 거 아니에요?” “아직 확신은 없어.” 두 사람은 잠깐 말을 잇지 못한 채 ...

4화 — 〈작은 실수가 움직인 역사〉

  “언니, 오늘은 이 밭 좀 도와줘요!” 솔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나란을 불러냈다. 기와집 뒤편 작은 밭은 흙이 굳어 있었고, 주민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호미를 휘두르고 있었다. “흙이 너무 딱딱한데… 물을 먼저 주고 뒤집으면 훨씬 나을 텐데…” 나란이 중얼거리자 솔이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아, 그냥… 고향에서 농사짓는 걸 본 적 있어서.” “언니 그런 것도 알아요?” “조금…?” 솔이 주민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여기 나란 언니가… 흙을 이렇게 하면 좋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이 의아해하며 나란을 바라봤다. “아가씨, 농사법을 아오?” “그냥… 제가 아는 방법이 있는데, 해보면 조금 더 쉬울 거예요.” 나란은 직접 손을 걷어붙였다. 물을 조금 흘려 흙을 적시고, 그 위에 얇은 막처럼 굳은 부분을 부수며 뒤집기 시작했다. 몇 번의 동작만으로 흙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오호… 이거 아주 쉽게 파지는데?” “응, 신기하네!” “아가씨, 그 방법 어디서 배웠소?” 나란은 식은땀을 훔쳤다. “그냥… 고향에서 어른들 하는 걸 본 거예요.” 하지만 그 순간 도경이 조용히 나타났다. “나란 아씨.” “도경 선생님?” 그는 주민들의 반응을 모두 지켜본 듯 눈이 반짝였다. “이 방법… 조선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오.” “아… 그게…” “아씨, 혹시 더 알고 있는 것이 있소?” 나란은 솔과 눈을 마주쳤다. 솔은 ‘말하지 마!’라는 표정이었다. “저는 그저… 조금 알고 있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이미 늦었다. 주민들이 나란 주변으로 몰려들며 말했다. “이 방법 좋소! 하던 일도 훨씬 빨라지오.” “아가씨, 우리 밭도 좀 봐주시오!” “언니 인기 많아졌네?” 솔이 속삭였다. 나란은 어쩔 수 없이 주민 몇 명에게 간단한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물이 적당히 섞이면 땅이 단단해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것, 적절한 간격으로 흙을 뒤집으면 뿌리가 더 잘 뻗는다는 것 등… 아… 너무 많이 알려줬나… 도경은 조용히 나란 옆으로 다가왔다. “아씨가 아는 것들이… 평범한 지식은 아...

9화 — 〈시간을 거스른 여인〉

  나란은 문 앞에서 오래 숨을 고른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솔과 도경의 얼굴이 눈물에 젖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여기 남을래.” 솔이 숨을 삼키며 울먹였다. “정말…? 언니 진짜 남는 거예요?” 나란은 그녀의 두 볼을 살며시 감싸며 말했다. “응. 널 두고… 선생님을 두고… 난 혼자 갈 수 없어.” 도경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나란 아씨.” “저 문 안에는… 내가 그리워하던 모든 게 있어. 하지만… 지금 나는 여기서 더 많은 걸 얻었어.” 시간의 문이 마치 마지막 힘을 모으듯 강렬하게 흔들렸다. 빛이 팍— 하고 터지며 주변이 모두 푸른 파편 속에 잠겼다. “언니!! 위험해!” 솔이 손을 뻗었고, 도경도 나란을 끌어안듯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문은 서서히 닫히며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라져 갔다. 치지직… 으르릉. 땅이 고요해지고 바람이 멈췄다. 나란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돌아갈 기회는 사라졌지만, 후회는 없어.” 도경은 나직이 말했다. “그대의 선택… 존중하오. 그리고… 감사하오.” “선생님…” 그들의 눈빛은 잠시 얽히며 잔잔한 떨림을 나눴다. 며칠이 흐른 뒤— 한성의 공기는 조금씩 안정되고 있었다. 나란은 솔과 함께 향초를 태우며 감염 지역을 돌았고, 그녀가 알려준 기본적인 방역 지식 덕분에 더는 크게 병이 번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기적의 여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나란의 마음은 복잡했다. “언니, 요즘 다들 언니 칭찬이 대단해요.” 솔이 바구니를 들고 나란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여기저기서 언니 찾느라 난리라니까요?” “그래도… 나 때문에 역사 더 바뀌는 거 아닐까 걱정돼.” “뭐 어때요? 좋은 쪽으로 바뀌는 건데.” “하지만… 그게 ‘올바른 미래’인지 누가 알아?” 그때 도경이 뒤에서 걸어왔다. “나란 아씨, 마침 찾고 있었소.” “도경 선생님. 무슨 일인가요?” “이걸 보시오.” 그는 조심스럽게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나란의 눈이 커졌다. “…이거…?” 작은 검은 ...

7화 — 〈폭로된 비밀〉

  칼날은 나란을 향해 번쩍 내려왔다. “나란 아씨!!” 도경이 몸을 던지며 그녀를 밀어냈다. 날카로운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칼끝은 도경의 옷자락을 찢고 지나갔다. “도망치시오!” 도경의 손이 나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그들은 숨막히는 골목을 뛰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감시자들의 발걸음은 소리조차 없었지만, 등 뒤에는 계속해서 서늘한 기운이 따라붙었다. “도경 선생님, 저… 더는 못 뛰겠—!” “조금만 더! 저자들은… 평범한 존재가 아니오!” 둘은 어느 좁은 창고로 몸을 숨겼다. 도경은 숨을 몰아쉬며 문을 붙잡았다. 나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자들… 나를 죽이려고 했어…” “그대는… 분명 무언가에 쫓기고 있소.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소?” “선생님…” 도경의 눈빛은 흔들림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도망칠 때 쥔 손이 아직도 따뜻했지만, 나란은 그 사실조차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시대 사람이 아니에요.” 도경의 손이 멈췄다. “그 말은…” “저는… 먼 미래에서 왔어요.” 잠시 침묵. 도경은 무언가 이해하려 애쓰는 듯 눈을 감았다. “그래서… 그런 말투와 지식들을…” “그래요. 그래서 농사도, 병도… 아는 게 많았던 거예요.” 도경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만 했지… 이런 건 상상도 못했소.” “믿어요…?” “믿어야 할 것 같소. 아니… 믿고 싶소.” 그때 창고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솔의 목소리였다. “언니! 도경 선생님! 여기 있어요?” 도경은 조심히 문을 열었다. 솔은 눈가가 붉게 달아올라 뛰어왔다. “언니!! 나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저… 검은 것들! 어디 갔어요?” “몰라… 잠시 사라진 것 같아.” 솔은 나란의 손을 꽉 잡았다. “언니, 왜 자꾸 위험해지는 거예요…?” 나란은 슬픈 웃음을 지었다. “그건… 내가 여기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언니가 우리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에요?” “그런 건 아니지만… 무언가 큰 균형이 깨지고 있...

8화 — 〈이별의 문〉

  하늘에서 내려온 푸른빛은 땅에 원형의 굴절을 만들며 거대한 문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바람이 소용돌이쳤고, 나란의 옷자락은 공중으로 들려 올랐다. “언니… 저게… 시간의 문이에요?” 솔이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물었다. 나란은 떨리는 눈으로 빛을 바라보았다. “…맞아.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 아마도.” 장이 미친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찾았다! 시간의 문…! 내가 먼저 들어갈 거다!” “안 돼!!!” 나란과 도경이 동시에 외쳤다. 그러나 도경이 먼저 장을 향해 몸을 던졌다. “너 같은 자가 그 문을 통과하면 안 돼!” 장도 칼을 꺼내 들며 외쳤다. “비켜! 너도 결국 시대의 족쇄에 묶인 하찮은 필부일 뿐이다!” 두 사람의 칼날과 칼자루가 부딪히며 강한 금속음이 울렸다. 솔은 울먹이며 나란에게 매달렸다. “언니, 제발… 제발 가지 마… 제발 여기 있어…” “솔아…” 나란은 그 조그만 손을 꼭 잡았다. “나도 너랑 있고 싶어… 하지만…” 솔의 눈물 방울이 왈칵 떨어졌다. “여기는… 언니가 너무 힘들어하잖아… 그래도… 나도… 같이 있고 싶은데…” “솔아…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언니…” 도경이 장을 밀쳐내며 소리쳤다. “나란 아씨! 빨리 결정을 내리시오! 문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오!” 푸른빛은 계속해서 뒤틀리고 흔들리고 있었다. 흩날리는 빛 조각들이 마치 유리처럼 깨져 공중에 떠올랐다. 나란의 마음이 요동쳤다. 가야 할까? 남아야 할까? 그 순간— 장에게서 튄 칼날이 도경의 팔을 스쳤다. “윽!” “도경 선생님!!!” 피가 튀었고, 나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미친 듯 뛰어가 도경을 붙잡았다. “선생님 괜찮아요?! 왜 이런 위험한 짓을…” “괜찮소… 그대만… 안전하면…” 그 말에 나란의 가슴이 조각나는 듯 아팠다. “선생님… 왜… 나를 이렇게까지…” “그대가… 나에게 특별하니까.” 도경은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 감정 때문에...